BATLEXP G350

알리익스프레스에서 레트로 게임기를 샀다.
우선 레트로 게임기는 과거 콘솔 게임기 혹은 핸드헬드 게임기의 OS 및 하드웨어를 에뮬레이션 하여 게임을 구동할 수 있게 해주는 기계로, 오늘날에도 레트로 게임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한 기계이다.

그렇다면 과거에 출시한 게임기로 하면 되는 거 아닌가…? 싶을 수 있는데, 당연히 옛날 게임기들은 지금은 단종되어 구할 수 없을뿐더러 남아있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고장 나서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더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엄청 작은 핸드헬드 폼팩터로, 과거 거대했던 게임기에서나 구동하던 게임을 손안에서 플레이한다는 점일 것 같다!

레트로 게임기는 원래 관심 있던 분야는 아니라서 어떤 제품들이 있는지 처음부터 알아봤는데, 가장 먼저 가로형과 세로형 두 가지 폼팩터로 나뉘는 것 같다.
가로형 게임기는 닌텐도 스위치처럼 조작부가 좌우 끝에 위치하고 화면이 중앙에 있는 게임기, 세로형은 오늘 G350처럼 화면이 상단에 있고 조작부가 하단에 있는 게임기이다.

그리고 OS에 따라 리눅스 기반과 안드로이드 기반으로 나뉜다. 윈도우로 구동하는 UMPC 류들도 에뮬레이터만 설치하면 레트로 게임기라고 할 수 있겠지만, 목적이 최신 게임 구동이 우선인지라 레트로 게임기라고 보긴 힘들겠다.
그래서 레트로 게임기 류의 AP는 모두 ARM 기반이라고 볼 수 있다.

내가 구매한 제품은 위에서 언급한 세로형 게임기인 BATLEXP의 G350이다.
보통 3.5인치 화면의 세로형 게임기가 인문 모델로 사용되는 것 같다. 아마도 저렴한 가격과 더불어 사용자들의 기여로 만들어진 “한방팩” 파일을 인터넷에서 구할 수 있어서인 듯.

3.5인치 세로형 게임기의 강자는 R36S라는 제품으로 G350과 매우 유사하지만 출시 시기가 앞서서 G350보다 단점이 많다고 한다.
강자인 이유가 가장 저렴한 가격 때문인 것 같아 나는 G350으로.

무려 위에 나오는 게임기들을 모두 에뮬레이션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사실 나는 저 중에 사용해 본 게임기가 하나도 없다(…)
그럼 왜 샀냐고? 경험하지 못 한 것에 대한 노스텔지아, “아네모이아” 때문일까…? 위대한 평가를 받고 있는 과거의 유산을 뒤늦게나마 경험해 보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해야겠다.

제품 박스는 단조롭다.
프린팅된 색상이 이제 와서 이뻐 보이는데, 검정색을 산 게 살짝 후회되네.

구성도 간단하다. 게임기 본체와 USB A to C 케이블, 설명서로 이루어져 있다.

검정색이 투명 플라스틱이라 살짝 싸구려 같아 보일까 생각했었는데 다행히 생각보다 괜찮다.

화면은 요즘 보기 드문 엄청난 반사율을 자랑하는데, 꺼놓고 제품을 볼 때는 더 예쁘긴 하네.
사실 위에 주저리주저리 적어놨지만 그냥 이쁜 기계 같아서 산 거였는데, 이쁘니까 성공!

조작부를 보면 소니 PlayStation의 듀얼센스처럼 조이스틱이 하단에 나란히 배치되었고, 버튼은 상단에 배치되었다.
이런 형태에서는 조이스틱이 하단에 있는게 조작이 불편해 좀 의문이었지만, 막상 게임을 플레이해 보니 그 이유를 알았다. 대부분의 레트로 게임들은 조이스틱이 필요 없었다…

후면에도 버튼이 배치되었다. 엑스박스 게임패드만큼 조작하기 편한 것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누르기는 편했다.
하지만 역시 레트로 게임들은 저 키를 사용할 일이 없다…

기본 OS는 라즈베리파이처럼 SD카드에 설치되어 있는데, 부팅해 보니 BATLEXP의 로고가 보인다.
나는 부팅이 되는 것만 확인하고 백업 후 한방팩을 설치한 SD카드로 교체했다.

이후로는 사진을 안 찍었는데 게임을 몇 개 플레이해 봤다.

시대별 여러 가지 게임들을 하다 보니 마치 문명을 발전을 보는 기분이다.
2D 게임도 닫힌 고정된 크기의 맵에서 플레이어만 움직이던 게 맵이 확장되고, 여러 효과가 추가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제한된 자원으로 어떻게든 3D를 구현하는 것부터, 물리적인 움직임이 시뮬레이션 되는 3D 게임까지… 상당히 감명 깊었다.
게임 산업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컴퓨터가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레트로 게임기에 대해 평가를 해보자면… 역시 예쁜 기계라는 점에서 가치가 높은 것 같고, 굳이 게임을 좋아하거나 레트로 게임을 그리워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게임 발전사를 한 번에 경험할 수 있어 추천할 만한 기계인 것 같다.

그리고 내가 고전 게임들을 아예 안 해본 건 아니더라.
철권과 메탈슬러그는 어릴 때 음식점이나 놀이방에서 해본 게임이라 굉장히 반가웠다.
얘네들은 종종 심심할 때 할 듯!